전시장은 동네 슈퍼마켓이다. 우리가 예전에 사용하던 유기수저, 돌솥, 옹기그릇, 대나무 채반 등이 놓여 있다. 이전에는 일상에서 늘 사용하던 것들이지만 지금은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귀한 공예품이다.
동시대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들도 공예품들과 식재료 사이로 진열되어 있다. 벽에 걸린 평면작품과 천장에서 내려오는 모빌 등이 작품과 제품 사이에 녹아있다. 바닥에 놓인 도자 오브제는 관람객에게 의자가 되기도 한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오브제들은 제철의 식품들과 함께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조금은 특별하게 관찰될 수도 있다. 손님들은 오브제에 앉아보기도 하기 이전 동네 점방에서 그랬듯이 쉬어 가며 작품들과 머물게 되기를 희망한다.
작년 코로나와 함께 시작하였던 [재료중심] 프로젝트가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자연의 재료로 사람 손으로 만들어지는 지역 공예품과 윤리적 방식을 고민하는 생산자의 식재료를 소개하며, 현시대 우리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1년이 지난 지금, 일상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콘서트, 영화관 등 인간이 누리던 문화는 금지된 공간으로 변모했다. 많은 것을 발전시켰고 편리한 세상이라 자부했다. 지금 우리는 예전보다 안전하고 안락한가?
예전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은 자연과 함께했다. 원적외선을 뿜는다는 장수의 곱돌은 쌀위에 버섯, 전복, 시래기 등 겨울 식재료를 얹으면 그대로가 최고의 식사를 제공한다. 기름칠을 하고 사용할수록 질이 들어 더 맛있는 요리는 내어주는 주물냄비, 갈대로 만들어 방안에 걸어두어도 멋진 빗자루 등. 빨리 생산되지 못했던 인간의 노동품들은 사라졌고 지금은 몇 초 만에 탄생되는 것들이 편리하게 넘쳐난다. 배달되어 온 플라스틱 그릇과 비닐은 2021년 현재 우리의 식문화로 몇백 년 동안 선조들이 남겨주신 문화유산과 함께 지구 위에서 부유할 것이다.
이제는 일상에서 쓰임의 맥이 거의 끊긴 공예품들은 예술품으로 승격되어 현대의 공간에서 새로움 자리매김 중이다. 옛 그대로 생산방식을 이어온 지역 공예품. 공예의 새로운 모색을 찾는 현 공예작가.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의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동시대의 시각 예술 작가들의 시선을 함께 들여다보는 기회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