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할머니가 아끼고 아끼던 자개장농은 조금은 촌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면 자개농은 어느새 그 시절의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며 우리집 마당에 든 햇살이 됩니다.
작가는 작가 주변의 이야기를 합니다. 나와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 아빠 가게 주변에 핀 들꽃, 골목길 높은 담을 가득 채우며 반짝이는 당쟁이 넝쿨. 나의 하루를 채우며 나의 주변에 있던 소소한 이것들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자개농이 그랬듯이 다시 아련한 기억이 되어 애틋함으로 남을 것입니다.
옛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켜 준 자개농처럼, 작가는 자개라는 소재를 가지고 현재 나의 주변을 기록하며 우리의 미래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옻칠과 자개라는 더디고 힘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박찬영. 토끼보다 느리지만 마침내 꼭지점에 도달한 거북이처럼 그의 작품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래된 전통이 친근한 주제들을 만나 잊고 있던 감성과 취향을 되살릴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나는 느리다. 말도 행동도 생각도 느리지만 무엇보다도 내 작업은 더더욱 느리다. 빠르고 전략적인 시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진부하다고 느껴졌거나 무심하게 지나쳤던 주변의 것들이 언제부터 왠지 모를 애틋함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내 주변의 것들을 작업을 통해 나의 삶의 카테고리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 작가 노트 중
+ 작가 소개
청주대 조형예술학부 서양화를 전공한 후 지금껏 자개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2005년 일본 이와야마칠예미술관에서 견습하였고, 2015년에 8번가갤러리에서 「eidos」, 청주 한국공예관에서 「경예를 위한 상실」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2015년 갤러리 에이큐브와 갤러리 미술세계 신진작가, 2014년 아트스페이스H의 JW중외영아트어워드 수상작가로 선정되는 등 열정어린 작업과 활발한 황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