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형 작가는 영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만큼 본인에게 배어있을 서구적인 감각을 한국 공예매듭을 통해서 현대적 느낌의 쥬얼리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쪽빛, 살구빛 등 빛이라 표현하거나 '푸르스름하다', '붉으스름하다' 등 딱히 한가지로 정형하여 부르기에는 부족한 한국전통 색상들의 풍부함은 작가의 정체성을 표현해주는 특징이 되었고, 작가는 그것에 서구적인 심플함과 동양매듭의 정교함 그리고 유럽에서 흔히 사용되는 리본 등을 접목하여 동서고금이 어우러진 가장 현대적인 매듭 쥬얼리를 만들었습니다. 유럽에서 요사이 트렌드가 자연과 자연스러움이라지만 이미 이전부터 자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나비, 잠자리, 꽃 등의 형태를 만들어내던 한국의 매듭장식은 이미 "hot"함을 다루는 영국의 패션 매거진 등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다문화한 아름다움을 향유하였습니다.
영국 유학시절, 형태가 비슷한 서양매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눈에 나의 매듭이 동양적인 아름다움으로 비춰지는 이유를 나는 색상일것이라 생각했다. 비교적 반복되는 패턴의 단순한 서양매듭을 기본 바탕으로 동양 매듭의 특징인 정교한 형태를 접목하여 한국의 오방색과 금색, 은색 그리고 다른 매듭실과 재료들과의 조합을 시도하며 현대적인 쥬얼리를 디자인하고 있는 중이다. - 작가노트 중
런던에서 10년을 보낸 강선형 작가는 앞뒤가 똑같고 좌우가 대칭이어야만하는 동양매듭의 엄격한 규칙안에서 유연성을 가진 형태의 모던한 매듭장신구를 만듭니다. 런던 어느집 테라스에 폈을법한 꽃이거나 한국의 들꽃같기도 한 사랑스러운 꽃브로치, 신라시대의 화려한 금장식 귀걸이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가진 형태에 소박하지만 우아한 감각을 입혀 옛스러움으로 인식되었던 매듭의 편견을 버리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리본, 우각, 은, 황동 등 다른 다양한 소재와도 매치하는 노력은 현재의 우리 차림과 가구, 집 어느곳에나 두어도 하모니를 이루어내며, 런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만큼 대중을 염두해 둔 배려심은 정확한 재료비 + 작가의 노동시간을 계산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착한 가격으로 향유의 폭을 확대하였습니다.
장인들의 오래된 숙련으로 한치의 오차를 허락치 않는것에 비하면 그녀가 기술적인 부분으로 공들여야할 시간은 까마득하겠지만, 옛것을 현대화하고 대중화하는 젊은 공예가의 노력은 우리에게는 행운이자 주목해야 할 이유이지 않을까요.
라틴어로 실을 뽑는다는 의미인 Filo로는, 잘 감겨있던 실타래를 풀어 정교하고 복잡하게 정해져 있는 길로만 가야하며 중간에 포기않고 처음시작했던 자리로 돌아가야만 비로소 완결이 되는 매듭은 이번전시의 또다른 이름인 필로(必路)입니다. 10년간 포기하지않고 조금씩 보완되고 변화하면서 성장한 강선형의 목걸이와 귀걸이 그리고 내 주변을 풍요롭게 해줄 현대 장식구들을 이번 갤러리하트에서 전시됩니다.
* 매듭반지 워크샵 2016년 11월 10일 (목) 저녁 7시~ 8시 반 : 참가비 1만원(재료 포함)